랩탑을 사용한지 어언 14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Intel Core i Series의 1세대로 입문해 가장 최근에 산 랩탑은 i7 12세대를 탑재하고 있다. 긴 시간 동안 나에게 맞는 랩탑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그 탐구 과정에서 찾은 결론은 “랩탑의 가장 비싼 옵션은 결국 무게” 라는 것이다.
나의 랩탑 역사
내 첫 랩탑은 내가 사고 싶었던 물건과는 달랐다.내가 사고 싶었던 랩탑은 군대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 (군대에 있던 씽크패드는 아니다) 전역을 며칠 남기지 않는 날 신문을 보고 있었는데 하단 광고에 Vaio Z Series 광고를 보게된것이 스펙을 읽어내려가던 나는 너무 큰 충격에 놀랄 수 밖에 었다.
당시 리뷰를 보면 가히 충격적인 스펙을 하고있다.
13.1인치 FHD 스크린, Geforce GT330M, Intel Core i7 640M, 8GB, 256GB SSD, DVD Driver(그렇다 ODD가 있었다.), 1.41KG의 무게.
지금 스펙으로 보면 1.41KG의 무게가 그렇게 까지 가벼운지 의문이 들수 있지만. ODD를 포함하고 분리형 배터리까지 가지고 있었다는걸 생각하면 엄청난 무게다. 가격이 300만원이 넘기 때문에 당연히 이 녀석을 살 순 없었고 당시 2KG이 넘어감에도 스펙은 Vaio Z에 한참 떨어지는 ASUS 노트북을 150만원을 주고 구매했다.
무거운 대신 가성비가 좋은 i5 520m, Geforce GT335M FHD, 15.6인치 화면, 8GB 메모리, 그리고 2.7KG의 무게를 가진 ASUS N53JN으로 대학시절 동안 많은 게임과 코딩을 함께 했기에 불만은 없다. 다만 그 시절 내 랩탑이 Vaio Z138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할 뿐…
바로 다음 랩탑은 서울에서 취직 후 받은 Dell Alienware 17 R2 였다. i7 4980HQ, GTX 980M, 32GB에 무려 3.5KG이 넘었고 회사에선 친절하게도 백팩을 함께 줬다. 이 회사는 노트북을 자기가 마음대로 살 수 있는데 그 대신 i7, 32GB 스펙을 맞추고 100만원 당 1년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니 300만원 짜리 노트북을 사면 3년간 써야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자기 노트북이 된다. 단, 입사 후 첫 랩탑은 직접 살 수 없다. 회사에서 골라준 랩탑을 써야했고 그 모델이 위에 말한 17 R2이다. 이유는 튼튼하고 안정성이 높고 Dell이 AS 받기가 편해서라고 …
일을 시작하고 모은 돈으로 몇 달 뒤에 개인 노트북을 샀다. 이 때가 처음으로 제대로된 가벼운 랩탑을 산 시기인데 무려 XPS 9350이었다. Intel i7 6세대 제품이고 요즘 랩탑과 비교해도 가벼운 1.2KG라는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스펙과 무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사용하던 에일리언웨어의 너무나도 강력한 사양으로 인해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친구에게 팔았다.
이 일을 계기로 하나의 생각이 나의 마음속에 자리잡게 되었는데 바로
진정한 프리미엄 하이엔드 랩탑은 무게를 가볍고 크기를 작게 유지하면서도 성능적으론 무겁고 큰 노트북 보다 우위에 있어야한다.
는 것이다.
이 결론에 도달하니 왜 Sony Vaio Z138이 3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세상에 존재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정도에 도달하면 더 이상 가격은 문제가 아니다. 압도적인 기술력의 차이로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릴 수 밖에 없다.
이 이후에도 Intel m7을 탑재한 Macbook 12 2017을 샀었다. 12.5인치, 0.92KG이라는 무게, 팬리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4K 60Hz의 외장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는 스펙. 하지만 기본 CPU 성능이 너무 안좋았고 회사에서 사용하던 맥북프로 2017과의 성능 차이로 점점 사용하지 않게되어 판매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나는 세상에는 물리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어 예전 Sony와 같이 기술력으로 찍어 누르는 랩탑은 나올 수 없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Apple M1 프로세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
Apple M1 이후 랩탑
Apple M1이 처음 나오고 가격이 싼 Mac Mini를 구매해 사용해 보았다. 사용 후기는
쩐다
진짜 쩔었다. 내 데스크탑 보다 빠른 속도를 하고 있었으니 말 다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맥북프로보다 빠르고 어떤 앱을 켜도 눈 깜짝할 사이에 실행되었다. M1이전 인텔 CPU를 탑재한 모델들은 몇 세대나 뒤쳐져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이후 Macbook Air M1을 구매했고 회사 노트북은 Macbook Pro 16 M1 Pro를 사용하고 있다. M1을 사용한지 2년이 넘었는데 인텔 모델 중 이정도의 속도, 소비전력, 발열을 보여주는 모델은 아직도 없다. 인텔 랩탑도 개성 넘치는 랩탑들이 많지만 결국 M1과 같은 성능, 소비전력, 발열을 다 가진 프로세서가 없어서 이 글을 적는 2024년 지금도 M1 프로세서와 비교를 당한다. 길진 않겠지만 몇 년은 이와 같은 현상이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월 지금 가볍고 작으면서도 몬스터 같은 성능 내는 랩탑을 찾는다면 맥북을 사는 것이 감히 최고의 가성비라 말하고 싶다.